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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8 22:42
<검경 수사권, 독립해야한다(이슈토론)>"완생(完生)을 향하여"-25기 장효준
17-09-18 22:42

'미생’이라는 바둑 용어가 있다. 대국에서 두 눈 없는 상태를 이른다. 두 눈이 완전하게 나지 않아 언제든 위협에 처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검찰은 현재 미생의 상태다. 두 눈이 완전하게 나지 않아 전국민적인 비난을 받고 조직 완전 개혁의 기로에 놓여있다. 온전히 나지 않아 검찰을 위기에 빠트린 두 눈은 검찰 내부를 보아야 할 눈과 검찰 이해관계자를 보아야 할 눈이다. 바둑에서의 눈과 지금 말하는 시각기관 눈은 동음이의어로 본래 의미 자체는 다르지만 검찰을 위기로 몰고갔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검찰 조직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위의 두 케이스 모두를 볼 수 있는 수사 상황이 조성되어야 한다.


첫 번째 눈은 검찰 내부를 보아야 할 눈이라고 했다. 검찰에게 수사권이 있는 현재, 검찰은  검찰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검찰 스스로를 수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명 ‘제식구 감싸기’라고 불리우며 국민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단편적인 사례로 지난 3월 인천지방검찰청 이금로 지검장과 포스코건설 계열사 대표이사 지명자 간의 골프 회동이 있었다. 문제는 당시 포스코건설이 배임,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등으로 인천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의심의 여지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은 자체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두 번째 눈인 검찰 이해관계자를 보지 못하는 눈은 주로 검찰의 전관예우 관습에서 기인한다. 전관예우를 한자어 그대로 풀어쓰면 전직 관리에 대한 예우를 뜻한다. 하지만 검찰의 전관예우는 퇴임 후 후임들의 존경을 받는 것에 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고위 공직에 있던 인물이 퇴임 후 전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범법 행위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운호 게이트’다. 네이처리퍼블릭 정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사건 1심에서 변호했던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였다. 그는 퇴직 후 브로커의 소개로 ‘네이처리퍼블릭’의 고문변호사가 됐다. 1년 6개월이 넘게 경찰수사를 받아 온 정 대표를 변호한 그는 결국 무혐의를 이끌어냈다. 제보자의 협조 거부가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지난해 10월 재수사에서 정 대표는 도박 혐의로 기소됐지만 횡령 혐의는 빠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검찰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의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이해관계자를 보지 못하는 눈은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검찰이 눈치를 봐야하는 이해관계자가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정부의 이해관계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무부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다. 법무부는 행정부의 한 조직으로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처다. 한편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검사들이 맡고 있어서 사실상 법무부가 곧 검찰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사 출신 법무부, 법무부에 있는 전관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직 검사. 위험한 메커니즘이다. 전 정부의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비리의혹 수사를 착수하는 것에는 무려 5개월이 소요됐다. 성남시청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SNS에 이재명 후보 지지글을 올리자 선관위 고발 후 단 하루만에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같은 정부의 같은 검찰이었다. 이 두 사건에서의 차이는 어떠한 시사를 던지고 있다.


두 눈을 완전하게 얻지 못한 검찰이 얻게 되는 것은 국민의 불신이다. 검찰의 끊이지 않는 사건과 비리 연루로 인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형사정책연구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6.6%에 그쳤다. 국민을 위해 힘써야 하는 공직자인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이토록 받지 못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위기라고 봄직이 충분하다. 미생이 두 눈을 들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을 ‘타개’라고 한다. 지금 검찰에게는 타개가 필요하다. 흔히들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와 그의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의 ‘비리’에 대해서만 관여하는 공수처 신설로는 검찰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케이스의 사각지대를 모두 메울 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행되어야 하는 것이 검경 수사권 독립이다. ‘기소는 검찰이, 수사는 경찰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을 따르자는 것이다.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양했을 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경찰의 자질 부족이다. 법적 지식 등이 사법고시를 통과한 검찰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찰은 정말 자질이 부족한가? 대한민국 경찰, 30: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원들이다. 그들이 보는 시험 과목에는 한국사, 영어, 국어 등의 기초과목 뿐만 아니라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등 실무에 필요한 과목들 또한 포함된다. 또 시험에서 선별된 경찰 후보자는 중앙경찰학교에 입소하여 교육 및 실습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이들은 수사를 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춘다. 법적 지식이 검찰에 비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존재하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법률전문가로서 검찰이 기소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경찰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의 검찰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답하고 싶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귀에 익은 문장을 듣고 흘려선 안된다. 수사, 기소, 재판의 형사 절차에서 수사와 기소를 한 기관이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은 권력의 비대칭이다. 우리가 보고 들으며 혀를 찼던 수많은 비리와 사건들이 그들의 비대한 권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검찰은 현재의 ‘미생’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비대화되었던 권력을 적절히 분배하고 잘할 수 있는 기소에 집중해야 한다. 본질에 충실하며 다시 국민들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정의를 행하는 검찰,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검찰. 그것이 검찰 조직이 그려 가야 할 ‘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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